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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학 - 개발주의 전통
    카테고리 없음 2022. 5. 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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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시된 전통

     고전주의 학파보다 더 오래되었지만, 거의 아는 사람이 없고 경제 사상자 책에서조차 잘 언급되지 않는 지적 전통이 있다. 내가 개발주의 전통이라 이름 붙인 이 지적 흐름은 16세기 말, 17세기 초에 시작되었으며 고전주의 학파보다 약2세기 앞서 있다. 이 전통을 '학파'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학파에는 보통 뚜렷한 창시자와 그 추종자들이 있고 명백한 핵심 이론이 있는 반면, 개발주의 전통은 이 모든 것이 분산되어 있는 데다 사상에 영감을 준 원천도 다양하고 지적 혈통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적 순수성보다는 실제 세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푸는 데에 관심을 가진 정책 입안자들이 이 전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개발주의 전통을 따르는 경제학자들 중에 중요한 독창적인 지적 공헌을 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실용적이고 절충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원천에서 요소를 끌어 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적 전통이 실제 세상에 끼친 영향력 면에서는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지적 전통이다. 사실 18세기 영국에서부터 19세기 미국과 독일, 그리고 오늘날의 중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성공을 거둔 모든 경제 발전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협소한 합리주의나 계급 없는 사회를 꿈꾸는 마르크스의 비전이 아니라, 바로 이 개발주의 전통의 힘을 빌려서 이루어졌다.

    2. 경제적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생산 능력의 증진

     개발주의 전통은 경제적으로 뒤쳐진 국가들이 경제 발전을 하고 선진국을 따라 잡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전통에 속하는 경제학자들에게 경제 발전은 원유나 다이아몬드 같은 천연자원을 발견해서도 달성할 수 있는 단순한 소득 증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경제 발전이란 더 고급스러운 생산 능력, 즉 기술과 조직을 사용하고 또 새로이 개발해서 생산할 수 있는 힘을 취득하는 것이다. 개발주의 경제학자들은 첨단 제조 산업가 같은 특정 경제활동이 다른 산업보다 한 나라의 생산 능력을 개발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경제 활동은 이미 선진국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분야라 후진국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발달할 수 없다고 본다. 후진 경제에서는 관세, 보조금, 규제 같은 정부의 개입이 없으면, 자요 시장의 힘으로 인해 그 나라가 이미 잘하는 천연자원이나 저임금에 의지한 저생산성 경제 활동으로 끊임없이 회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주의에서는 어떤 경제 활동과 정책이 바람직하고 적절한지는 시기의 사화적 맥락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18세기의 섬유 산업처럼 과거의 첨단 산업이 현재는 사양 산업일 수도 있고, 자유 무역처럼 선진국에 좋은 정책이 경제적으로 덜 발달한 나라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3. 중상주의, 유치산업론, 독일 역사학파

     개발주의 정책이 처음 시행된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되었지만, 개발주의 전통의 이론적 저술은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조반니 보테로, 안토니오 세라 등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경제학자들에게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정부가 제조업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세기와 18세기의 개발주의 경제학자들은 중상주의자들로 알려저 있다. 이들은 요즘에는 무역 수지 흑자를 내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수가 정책 개입을 통해 생산성 높은 경제활동을 증진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적어도 이들 중 더 수준 높은 학자들은 무역수지 흑자가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생산성 경제 활동의 발달이라는 경제적 성공이 결과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8세기 말부터 무역수지 흑자에 치중하는 중상주의적 색채를 벗은 개발주의 전통은 생산에 더 명확히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언급한 알렉산더 해밀턴의 유치산업론의 탄생과 함께 큰 발전을 이루었다. 해빌턴의 이론은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한 걸음 더 발전시켰는데, 리스트는 오늘날 유치산업론의 아버지로 흔히 오인되곤 한다. 리스트가 활약하던 19세기 중반에 생겨난 독일 역사학파는 20세기 중반까지 독일 경제학계를 풍미했다. 이 학파는 미국의 경제학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역사학파는 물질적 생산 체제가 법을 비롯한 사회 제도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 현대의 개발주의 전통(개발 경제학)

     개발주의 전통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앨버트 허시먼, 사이먼 쿠즈네츠, 아서 루이스, 군나르 뮈르달 등에 의해 그 현대적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들의 이론은 개발 경제학이라 불린다. 이들과 추종자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주로 자본주의의 주변부 나라들에 관해 저술 활동을 벌이면서 이전의 개발주의 전통을 더 다듬었을 뿐 아니라 혁신적인 새 이론들을 덧붙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혁신은 허시먼의 이론으로, 그는 다른 산업과 특히 더 밀접한 연관효과를 내는 산업 분야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어떤 산업들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산업 분야와 제품을 사고판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철강 산업이 대표적인 예인데, 정부가 이런 산업을 찾아서 계획적으로 양성하면 시장에 맡겨 두는 것보다 경제가 더 잘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일부 개발 경제학자들이 경제의 생산 능력을 기르는 투자로 유치산업 보호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보호 무역은 그 나라 기업에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뿐이라며, 실제로 생산성을 높이려면 교육, 훈련, 연구개발에 의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개발주의 전통의 가장 큰 약점은 일관성을 갖추고 전체를 아우르는 이론이 없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에 자연스럽게 끌리게 마련인 만큼, 개발주의 전통은 신고전주의나 마르크스학파처럼 더 일관성 있고 자신감 넘치는 학파에 비해 열등해 보이기 쉽다. 이 전통은 또 정부의 능동적인 역할에 찬성하는 다른 경제학과에 비해 정부 실패 논쟁에 더 취약하다. 특히 폭넒은 정책을 추진하는 관계로 정부의 행정력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개발주의 전통은 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 전통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절충주의는 사실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복잡다단한 세상을 설명하는 데는 어쩌면 절충적인 이론이 더 유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 정책과 사회주의 정책을 독창적으로 결함에 성공한 싱가포르가 좋은 예이다. 이와 더불어 개발주의 전통이 실제 세상을 바꾼 변화의 기록을 감안하면 이 지적 전통이 겉보기보다 더 대단한 이론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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