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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성장과 경제 발전
    카테고리 없음 2022. 5. 1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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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산 능력 증가를 의미하는 경제발전

     적도기니가 중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는데도 우리는 왜 중국이 경제 기적만 귀가 닳도록 듣고 적도기니의 경제 기적은 들어 보지도 못했을까?  두 나라의 규모가 다른 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잘해도 우리는 작은 나라에는 별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도기의 엄청난 소득 성향을 진지하게 생각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성장이 천연자원의 발견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1996년에 굉장히 규모가 큰 유전을 발견한 것 말고 이 나라 경제에서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원유가 없다면 적도기니는 예전처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원유, 광물, 농산물 등 천연자원에 의존한 성장이 모두 적도기니의 성장과 같은 종류라는 말은 아니다. 19세기 미국의 경제 성장은 농산물과 광물을 포함한 풍부한 천연자원의 혜택을 크게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삼림 자원을 보유한 핀란드는 20세기 들어서도 한참을 목재 수출에 크게 의존했다. 호주의 경제 성장은 아직도 광물 수출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과 적도기니가 다른 것은 경제 성장이 생산 능력의 증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대조적인 예가 바로 미국이다. 19세기 후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산업 국가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지하자원은 거의 모든 품목에서 제1생산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위치는 단순히 지하자원이 풍부해서 얻은 것만은 아니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찾고 채취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인상적일 정도로 발달을 거듭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어떤 광물 생산에서도 세계를 선도하지 못했던 상태에서 일구어 낸 눈부신 발전이었다. 이에 반해 적도기니는 원유 말고는 다른 것을 거의 생산하지 못할뿐더러 원유마저도 스스로 생산해 낼 능력이 없어서 미국 정유 회사들이 모두 채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적도기니의 경험은 경제 성장, 즉 한 경제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 경제 발전과 어떻게 다른지를 잘 보여 준다. 경제 발전의 정의는 보편적으로 합의된 것이 없다. 그러나 나는 한 경제의 생산 능력이 증가하는 것에 바탕을 둔 경제 성장 과정이 경제 발전이라고 정의한다. 생산 활동을 조직화하는 능력, 더 중요하게는 그것을 탈바꿈시킬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경제 발전의 핵심이다.

    2. 생산능력이 낮은 경제는 현재 생산하는 것들의 가치마저 보장받지 못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생산 능력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천연자원이나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제품에 의존하면 당장의 소득만 낮은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 생산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가치를 지닐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기계가 한 직업군 전체를 대체해 버리는 현상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므로 여기서는 더 길게 논의하지 않겠다. 길쌈꾼, 대장장이, 수레바퀴 제조업자 등등 이제는 이름만 남은 직업을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산 능력이 우월한 나라는 천연자원을 대체할 제품을 개발해, 그 자원의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의 소득을 급격하게 감소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19세기 중반에 독일과 영국이 천연 화학 물질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하자 몇몇 나라의 소득이 급격히 떨어졌다. 과테말라는 교황을 비롯한 유럽 왕족의 옷을 물들이는 선홍색 색소인 코치닐을 만드는 연지벌레의 주요 수출국으로 상당한 소득을 올렸으나, 알리자린 크림슨이라는 인공 염료가 개발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또 20세기에 하버 - 보슈 공장이 개발되어 질산염을 대체할 화학 물질을 인공적으로 제조할 수 있게 되자. 칠레의 주요 수출 품목이던 천연 질산염의 판로가 막혔고, 이로 인해 칠레 경제는 한참 동안 위기속에서 허덕였다.

    3. 기술 개발이 경제 발전의 근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사람이 동시에 천 마리의 말을 몰고 수백권의 책을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불길도 없이 뜨거운 열을  만들어 내고 수천 리터의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고, 돌로 옷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면 모두들 그 사람을 마법사라 불렀을 것이다. 마녀를 화형시키던 중세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던 20세기 초까지도 이런 일은 모두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무엇인지 짐작할 것이다. 이 중에 돌로 옷을 만드는 기술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북한에서 개발되었으며 석회석에서 비날론 혹은 비닐론이라고 부르는 섬유를 수출하는 기술이다. 이 모든 마법 같은 변화가 가능해진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더 나은 기술, 다시 말해 더 나은 기계와 화학적 공정을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제철 공정을 혁신한 에이브러햄 다비의 코크스 제련술, 18세기 초  방직 산업을 바꾼 존 케이의 플라잉 셔틀 발명에서부터 시작해 신기술이 줄기차게 개발되어 세상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다. 증기 기관, 내연 기관, 전기, 유기 화학, 강선, 비행기, 컴퓨터, 핵융합, 반도체, 광섬유등은 가장 중요한 일부 예일 뿐이다. 오늘날에는 유전자 공학, 재생 가능 에너지, 첨단 신소재, 나노 기술이 등장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주체가 주로 비전을 가진 개인이었다. 그 결과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는 많은 기술에 발명가의 이름이 붙었다. 케이의 플라잉 셔틀, 와트의 증기 기관, 하버-보슈 공정 등등이 그 예이다. 19세기 말 이후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개인이 신기술을 발명하는 일은 점점 더 드물어졌다. 기업은 내부에 연구실을 만들고, 연구개발 투지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즈음부터 각 나라의 정부도 공공 연구 기관을 세우고, 민간 부문의 연구개발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신기술 개발에 활발하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신기술 개발은 개인의 영감에 의존하기보다는 생산에 종사하는 기업 안팎에서 진행하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요즘 나오는 신기술에 발명가의 이름이 붙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만 봐도 혁신 과정의 집단화를 짐작할 수 있다.

    4. 노동 조직화의 중요성

     생산능력의 증가가 모두 기계화 화학 공정의 개발 같은 좁은 의미의 기술 발전만으로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이 조직 기술, 즉 경영기술의 향상 덕분에 이루어졌다. 19세기 초에는 생산 공정에 따라 노동자들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공장의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조립라인이 탄생한 것이다. 19세기 말이 되면서부터 이 조립라인에 켄베이어 벨트가 설치되었다. 이 움직이는 조립 라인 덕분에 자본가들은 켄베이아 벨트가 돌아가는 속도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작업 속도를 높힐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와 같은 산업에서는 연속된 하나의 조립 라인이 기본적으로 누가 무엇을 어떤 속도로 작업하는지를 결정한다. 다른 산업에서도 다양한 기계를 어떻게 배치하고, 누구에게 어떤 작업을 맡기고, 부품과 반제품을 어디에 보관하느냐 등등 작업 흐름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중요한 원천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모든 생산자가 이렇게 효율적인 경영 기술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특히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작업 흐름을 더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것과 더불어 노동자들 자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테일러 방식으로, 미국의 엔지니아자 후에 경영 전문가로 크게 성공한 프레터릭 윈즐로 테일러 이름을 딴 것이다. 테일러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생산 공정을 가능한 한 가장 간단한 임무 단위로 쪼개고, 노동자들에게 각 단위의 작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일러 방식이 과학적 경영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처럼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태도 때문이다. 움직이는 조립 라인과 테일러 방식의 원칙을 결합해 20세기 초에 대량 생산체제(mass production system)가 탄생했다. 이 체제는 포드방식이라고도 많이 부르는데, 1908년 모델 티 자동차를 만들 때 헨리 포드에 의해 처음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체제는 표준화된 부품을 사용하고, 전용 기계와 움직이는 조립 라인을 이용해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 생산하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원칙하에 만들어졌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노동자를 더 쉽게 대체할 수 있고, 따라서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 표준화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노동자가 익혀야 하는 기술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대체하기가 더 쉬워졌음에도 포드는 직원들에게 후한 임금을 지급했다. 자신의 생산 방법이 대량 판매를 할 시장이 없이는 작동할 수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살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2차 대전 후 미국과 유럽에 대량 생산 체제가 널리 퍼지면서, 상승하는 임금이 시장을 확장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게 되어 고정 비용을 더 많이 분산하는 것이 가능해져 생산성이 더욱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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