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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과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
    카테고리 없음 2022. 5. 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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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행,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하다.

     은행이 지킬 수 없는  거짓 약속을 해도 보통은 아무 문제가 없다. 어느 한 시점에 돈을 찾기를 원하는 사람은 예금주 전부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은행이 전체 예금 계좌에 들어 있는 액수의 극히 일부만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도 안전하다. 그러나 자기가 거래하는 은행의 예금 지불 능력에 일말의 의혹이라도 갖게 되면 누구라도 가능한 한 빨리 돈을 찾고 싶어질 것이다. 그 예금주는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현금 인출을 요구할 경우 그 금액을 모두 지불한 현금을 은행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은행의 지불 능력에 대한 이러한 의혹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은 예금주가 이 의혹을 동시에 행동에 옮기기 시작하면 그 의혹은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되고 만다. 예금 인출 사태라고 부르는 이런 상황을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번 목격했다. 영국에서는 노던록 은행 지점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섰고, 아이슬란드 은해 란즈방키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자 이 은행의 온라인 예금 은행 아이스세이브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영국과 네덜란드의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접속하는 바람에 웹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 은행은 신용 사기, 그러나 사회적으로 유익한 사기이다.

     그렇다면 은행은 정말로 사람들의 신뢰감을 이용한 신용 사기일까? 그렇다. 어떻게 보면 말이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신용 사기란 피해자가 거짓을 믿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다른 신용 사기와 다른 점은 사람들이 은행이 하는 말을 믿도록 만들기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는가에 따라 그것이 진실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한 은행에 돈을 맡리고 자기돈을 언제든지 원할때 인출할 수 있다고 믿는 예금주의 수가 충분하면 그 은행은 그럴 능력을 갖게된다. 그러나 그런 예금주의 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런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은행이 신용사기라는 사실 때문에 내로뱅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은행이 모든 예금주에게 동시에 돈을 내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보유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신용 사기야말로 은행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우리 모두 현금이 주는 융통성이나 유동성을 누리고 싶어 하지만 그 돈이 한날한시에 필요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이용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보다 더 많은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은행의 업무 아닌가? 은행이 더 많은 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바고 예금 인출 사태의 위험이라는 불안정성의 비용을 감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은행에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다른 은행으로 전부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여기에 어려움을 더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은행은 다 똑같다고 의심해서만은 아니다. 은행 간 대출 시장을 통해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리고 빌려 주는 데다 금융 상품을 서로 사고 파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의 신용은 개별 은행 차원이 아니라 전체 은행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3. 중앙은행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화페를 발행하는 독점권을 가지고 필요한 만큼 돈을 찍어 낼 수 있는 중앙은행을 통해 신뢰 문제가 발생한 은행에 무제한으로 돈을 빌려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요령은 현금 흐름이 일시적으로 막혀서 신뢰 문제가 발생한 경우, 다시 말해 유동성 위기에만 효과가 있다. 문제가 발생한 은행의 자산이 채무보다 더 크지만, 자산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채무 상환 기일을 어길 위기에 처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만일 은행의 문제가 채무액이 자산보다 더 커서 생긴 상환 능력의 위기 때문이라면 중앙은행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빌려 줘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 때는 문제의 은행이 파산하거나 정부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영국의 노던록 은행과 아이슬란드의 아이스세이브 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긴급 구제는 정부가 위기에 빠진 은행에 새 자본을 수혈하는 방법이다. 정부가 은행을 긴급 구제하는 사례는 2008년 위기 이후 큰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이 방법은 자본주의만큼이나 오래된 관행이다.

    4.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방법 : 예금 보험, 건전성 규제

     중앙은행을 이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예금 보험등의 제도를 통해서 은행의 신뢰를 떠받칠 수 있다. 이 제도는 은행이 예금액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모든 예금주의 예금액을 일정액까지 보장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보장이 있으면 은행에 대한 신뢰가 조금 떨어진다 해도 예금주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려가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게 된다.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날 확률을 상당히 낮출수 있는 것이다. 은행 시스템의 신용을 관리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은행이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그 한도를 정한는 것으로 건전성 규제라고 한다. 건전성 규제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자기 자본 비율 규제이다. 은행이 보유한 자기 자본의 몇 배 이상은 대출해 주지 못하도록 빌려 줄 수 있는 돈의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이런 규제를 레버리지 규제 라고도 부르는데, 보유하고 있는 자본을 얼마나 큰 레버리지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정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외에 또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유동성 규제로 각 은행이 보유 자산의 특정 비율만큼을 현금이나 고도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보유하게 하는 것이다.

    5. 전통적 금융 시스템

     20세기 중반 즈음에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미 상당히 잘 돌아가는 금융 시스템을 갖추었고, 금융은 자본주의가 황금기를 꽃피우는데 한몫했다. 금융의 중심부에는 우리가 방금 논의 했던 전통적인 은행업무 부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주식 시장과 채권시장으로 채권시장은 국채, 회사채 시장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주식 시장은 기업이 직접 알지 못하는 익명의 투자자들에게 자본을 팔아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지분을 일반 대중에게 팔지 않던 비상장 기업이 처음으로 지분을 외부인에게 팔고 상장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식 상장 혹은 기업 공개락고 한다. 독자들도 IT업계의 거인 이라고 부르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각각 2004년과 2012년에 상장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뉴스 등에서 이 용어를 접해 봤을 것이다. 가끔 이미 상장한 기업도 추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새 주식을 발행한다. 기업이 새 주식을 팔아 자금을 모집하게 하는 것은 주식 시장의 여러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주식 시장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기업을 사고파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것인데, 이를 전문 용어로 기업 지배권 시장이라고 한다. 한 기업 주식의 과반수를 새로운 주주가 사들이면 그 기업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된다. 이 과정을 인수라고 부른다. 주식 시장외에 중요한 금융 시장으로는 채권 시장이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기업이나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직접 돈을 빌리고 차용증, 즉 채권을 발행하는데, 채권은 누구에게나 양도할 수 있으며 이자가 고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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