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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은행과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탄생
    카테고리 없음 2022. 5.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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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은행 : 투자 은행

     동네마다 지점을 둔 은행들은 상업 은행 혹은 예금 은행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런 은행 말고 우리 눈에 띄지 않은 은행이 있다. 바로 투자은행이다. 투자 은행 가운데 일부는 자매 회사인 상업 은행과 같은 브랜드로 활동한다.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은 상업 은행이지만, 바클레이스 캐피탈이라는 이름의 투자 은행도 있다. 혹은 한 회사가 두 가지 업무를 다 하면서 브랜드 이름만 달리 쓰는 경우도 있다. JP 모건 체이스 JP 모건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쓰는 투자 은행 분과와 체이스 맨해튼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쓰는 상업 은행 분과로 구성되어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그리고 이제는 없어진 리먼 브라더스 등은 모두 투자 은행이고, 상업 은행 업무를 보는 자매 회사가 없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맷 타이비가 흡열 오징어 라고 부른 골드만 삭스를 필두로 모두 우리가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 본 회사들이지만,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투자은행은 19세기부터 있었다. 간혹 독립적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업 은행과 투자 은행 업무를 겸하는 종합 은행 격인 유니버설 은행의 일부로 활동했다. 도이체방크나 코메르츠방크 같은 독일 은행들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미국에서는 글래스-스티걸 법 때문에 1933년부터 1999년까지는 상업 은행과 투자 은행을 한 기업 내에 둘 수 없었다. 1980년대 이후 투자 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모습을 바꾸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2. 투자 은행의 역할은 주식과 채권을 만들고 거래하는 것을 돕는 일이다.

     투자 은행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기업이 투자지로부터 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돕는 일이 이들의 주 업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것이 투자 은행의 원래 목적이었다. 이들은 고객 기업이 주식과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돕고, 기업을 대신해서 판매한다. 고객 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판매할 때 투자 은행은 소매 투자자, 즉 적은 양을 사들이는 소액 개인 투자자와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대신 엄청나게 돈이 많은 개인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의 돈을 모아 만들어진 거대한 펀드 같은 기관 투자자를 상대한다. 펀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연금을 받기 위해 모은 돈을 투자하는 연금 기금, 한 나라의 국유 자산을 관리하는 국부 펀드등이다. 이와 더불어 공개 시장에서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돈을 모은 뮤츄얼 펀드, 엄청나게 부유한 개인이나 더 보수적인 다른 기금에서 투자 받은 돈을 모아 고액의 기금을 형성해 고위험 고수익 자산을 골라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헤지 펀드, 헤지 펀드와 비슷하지만 기업을 사서 구조 조정을 통해 가치를 올린 뒤 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사모 펀드 등이 있다. 고객 기업을 대신해 주식과 채권을 사고파는 것 이외에도 투자 은행은 이윤을 목적으로 자사 자금으로 주식과 채권을 사고팔기도 한다. 이를 자기자본 거래라고 부른다. 투자 은행은 M&A라고도 하는 기업의 인수 합병을 도와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자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은행 업무라기보다는 컨설팅 서비스에 더 가깝다. 1980년대 이후, 특히 1990년대 이후 투자 은행은 담보화 부채 상품이나 파생 상품 같은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고 거래하는 데 더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금융상품이 투자 은행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주식과 채권을 팔고 기업 인수 합병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업무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단순하지 않다.

    3. 담보화 부채 상품은 개인 대출을 묶어 합성 채권으로 만든 것이다.

     옛날에는 누구가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뭔가를 사면 돈을 대출해 준 은행이 그 결과 생긴 대출 상품을 소유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그러나 지난 몇십 년 사이에 이루어진 금융 혁신으로 인해 이 채무들은 자산 담보 증권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산 담보 증권은 집이나 자동차 담보 대출, 신용카드, 학자금 대출, 기업 대출 등등을 망라한 수천 개의 대출을 한데 묶어 훨씬 규모가 큰 합성 채권으로 만든 것이다. 대출을 하나하나 따로 놓고 보면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그 대출 상품의 상환금 수입은 없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개별 대출 상품을 팔아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가령 수천 개의 주택 담보 대출 상품을 한데 묶어 주택 대출 담보부 증권이라고 부르는 자산 담보 증권을 만들면, 채무를 불이행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자들만 묶어 놓은 경우라도, 돈을 착실히 갚는 대출자가 더 많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위험 부담이 줄어든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많은 수의 채무자를 한데 묶어 위험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다수의 보험 가입자들에게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집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 대출이나 자동차에 대한 대출 등 쉽게 되팔수 없는 비유동적 자산이 이렇게 해서 거래하기 쉬운 상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자산 담보 증권이 나오기 전까지 채권은 정부나 굉장히 규모가 큰 기업만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이든 채권으로 변신이 가능해졌다. 원래 보유하고 있던 대출 상품을 자산 담보 증권으로 포장해서 판매한 대출 기관은 그렇게 번 돈으로 더 많은 대출 상품을 판매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산 담보 증권은 주로 미국에 국한되어 있었고, 대부분 주택 담보 대출을 묶은 것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는 다른 종류의 대출 상품으로 만들어진 자산 담보 증권이 미국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다른 부자 나라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은행이 보유한 대출 상품을 제3자에게 팔지 못하게 제한하던 규제가 철폐되었기 때문이다.

    4. 파생 상품은 위험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지만, 투기를 부추기기도 한다.

     파생 상품을 변호하는 논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파생 상품을 통해 미래의 위험을 방지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가 정유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예로 든 선물 계약을 사게 되면 1년 후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 올라갈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반면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를 보게 된다. 당연히 나는 1년 후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아주 낮다는 판단이 들어야만 그런 계약을 살 것이다. 이와 같은 보호 또는 해지 기능은 파생 상품의 유일한 기능이 아니다. 또 파생 상품은 가령 원유 가격 변동을 놓고 투기, 즉 도박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시 말해 정유 시설 관련자도 아니고, 소비자로서 원유 가격에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원유 가격 변동을 놓고 판돈을 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금융 문제 운동가인 브렛 스콧은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도발적이지만 통찰력 있는 지적을 한 바 있다. 파생 상품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말하는 것은)..... 말 주인이 (자신의 말이 경기에서 질)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마권 산업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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