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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그 영향
    카테고리 없음 2022. 5.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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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금융 시스템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

     금융 혁신을 통해 새롭고 복잡한 금융 도구들 탄생했다. 이 과정은 금융 규제 완화로 인해 크게 가속화 되었다. 몇 가지 안 되는 금융 상품만을 운용하면서 점점 더 다양해지는 금융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굼뜬 상업 은행들이 장악하고 있던 과거 시스템보다 이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러한 믿음은 계약의 자유를 더욱 많이 보장하면 금융 시장의 주체들이 위험을 평가하고 자산 가격을 효율적으로 메기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를 통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에 기반을 둔 것 이었다. 새로운 금융 상품들이 안전하게 관리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완전히 무시 되었다. 친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 시장에서는 계약 당사자들이 혜택을 입는다는 확신을 가질 때만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8년 미국 하원에서 증언한 당시 재무부 차관 래리 서머스는 특히 그 계약이 사기나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뛰어나 보이는 경험 많은 금융 기관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2008년 가을 미국 정부의 구제 금융을 받은 보험회사 AIG의 당시 금융 책임자였던 그는 회사가 무너지기 바로 6개월 전에 다음과 같이 호언장담했다. 경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떤 거래든 1달러라도 손해를 보는 시나리오는 이성의 한도에서 상상할 수가 없다. 시장이 완벽하다는 이러한 절대적인 믿음은 규제 당국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의 주택 거품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마저도 주요 정책 입안자들은 거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2005년 6월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 하원에 나가 일부 지역에 약간의 거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전국적으로 볼 때 주택 가격의 거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라고 의원들을 안심 시켰다. 몇 달 뒤인 2005년 10월. 당시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던 벤 버냉키는 의회 증언에서 이전 2년 사이에 미국 주택 가격이 25퍼센트 상승한 것은 경제의 펀더멘탈이 좋아진 것이 크게 반영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2. 금융 시스템이 더 복작해지면서 효율성과 안전성이 떨어졌다.

     이런 호언장담에도 미국의 주택 가격 거품은 2007년과 2008년에 터지고 말았다. 기초가 되는 경제 실적에 비해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더 이상 지속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높은 주택 가격으로 지탱되었던 부채 담보부 증권, 신용 부도 스와프 시장도 같이 무너졌다. 그 결과 대공항 이후 가장 큰 금융위기가 몰아 닥쳤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서머스가 언급했던 금융 기관의 경험 많은 운영자들과 자신감에 넘쳤던 규제 기관 관계자들이 얼마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알려 주는 정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금융 시스템이 너무도 복잡해진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그냥 조금 더 복잡해진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잉글랜드는 은행의 금융 안정성 담당 상임이사 앤디 홀데인은 CDO-제곱 상품 하나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투자자는 10억 페이지가 넘는 정보를 흡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또한 파생상품 계약서가 수백 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에 다 읽을 시간이 없다고 고백하는 은행가들을 종종 만나 보았다. 이 정보 과다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수학적 모델이 개발되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좋게 말하면 매우 부족한 정도였고, 최악의 경우에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잘못된 안전감만 안겨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모델들에 따르면 2008년 위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복권에 연달아 스물한 번 내지 스물두 번 당첨될 확률과 맞먹는 것으로 나온다.

    3. 더 늘어난 상호 연관성으로 인해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증가 했다.

     합법적인 금융 계약의 정의가 점점 느슨해지고, 여러 상품을 묶고 구조화한 상품의 거래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모두 금융 부문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완화 흐름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1980년대 초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이 금융 규제 완화 조치는 전세계로 확산되어 나라마다 앞다투어 광범위한 규제 완화 또는 철페의 길을 밟았다. 상업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가운데 특히 유동성과 레버리지 규제. 대출 기관이 매길 수 있는 금리 상한선. 각 금융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자산 형태 제한. 얼마나 공격적으로 대출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규제등이 모두 완화되었고, 자본의 국가 간 이동에 대한 제한도 완화되거나 철폐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금융 시스템 내의 각 부문이 전례 없이 얽히고 설키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 현상은 예를 들어 상업 은행과 보험사가 파생 상품 거래에 깊게 관여하는 것처럼 단순히 다른 부문 사이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는 형태로도 벌어졌다. 2008년 미국의 부채 담보부 증권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는 그 상품을 산 독일과 스위스 은행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상호 연관성이 증가하면서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으로 급속하게 문제가 확산되어 시스템 전반에서 불안정성이 급증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교묘하게 상품을 묶고 구조화하고 파생상품을 디자인해도 결국은 플로리다에 사는 서브프라임 주택 담보 대출자나 나고야의 중소기업, 자동차를 사려고 대출받은 낭트의 젊은이가 돈을 갚아야 한다는 전제가 이 모든 새로운 금융 상품의 근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스템 안의 서로 다른 부분을 긴밀하게 연결한 금융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최초로 돈을 빌린 사람이나 중소기업이 돈을 갚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이 시스템 전체로 훨씬 격렬하게 확산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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